[육아수기] 똥손아빠의 육아휴직
- 등록일 : 2022-11-12 00:03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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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아빠의 육아휴직
2021년 아내의 휴직이 끝나가는 시점에 아내와 나는 2022년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였다. 20년 5월생인 다온이를 어린이집을 보낼지, 아니면 더 가정보육을 할지, 아내는 가능하면 나에게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하였다. 휴직을 하고 다온이와 함께 하는 것이 기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나는 손이 야물지못하고 느린 똥손이다. 아기 머리 묶어주는 것도 어렵고 손이 느려 밥 만드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가 보채는 상황속에서도 여러 가지 일을 거뜬히 신속하게 해내는 아내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와 단둘이 1년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내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여보는 똥손이지만 다온이랑 잘 놀아주고 기다려주자나. 잘 할수 있어” 라며 응원해주었고 그렇게 나의 육아휴직은 시작되었다.
휴직이 시작되기전에 나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크게 두 가지가 고민이였다.
첫 번째는 잘 놀아주기, 두 번째는 머리묶기, 밥먹이기등의 똥손 극복이었다
첫 번째 잘 놀아주기 위해 여러 가지 아기와 하는 놀이들도 검색해서 찾아보고 같이 해주었다. 다온이도 즐거워하는 놀이도 있었고 안 좋아하는 놀이도 있었다. 즐거워하는 놀이는 며칠 해주면 다온의 반응은 시들시들해졌다. 그럼 또 다른 놀이로 바꾸어주고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놀아주니 여러 놀이도 한계가 있고 내 몸이 너무 힘들었다. 휴직한지 일주일 지나자 나도 지치고 팔목도 아팠다. 1년은 절대 못 버틸거 같았다. 그래서 여러 육아자료를 찾아보다가‘EBS 놀이의 힘’영상에서 제일 좋은 놀이는 아기가 하고싶어하는 것을 아기가 주도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이 뒤로는 방법을 바꾸어 놀았다. 놀아주는 것이 아닌 같이 노는 것이다. 다온이가 하고싶어하는 것을 하게하고 옆에 앉아서 같이 참여하였다. 위험하지만 않다면 다 하고싶은 것을 하게 해주었다. 수건을 물에 젖게 하는 것 , 물티슈 빼기, 책장에서 책 다 꺼내기 등 모든 것이 다온이에게는 장난감이였고 놀이였다.다온이도 재미있게 놀았고 본인이 그 놀이가 지루해지면 다른 본인만의 장난감을 찾고 놀이를 하였다. 이렇게 다온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을 위험하지만 않게 확인해주고 같이 놀이에 참여하였다. 수건을 물에 젖게 할 때 말리지 않고 같이 수건 꺼내서 물에 넣어보고 책을 꺼낼때에도 같이 꺼내었다. 밖에 외출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목적지를 두지않고 다온이가 가고싶어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만지고 싶어하는 것을 만지게 해주고 지켜봐주었더니 다온이도 매우 즐거워하고 나도 외출시간이 즐거웠다. 다온이랑 딴 거에 한눈팔려 마트도 못 가 밥먹이는게 힘든 순간도 있었고, 밖에서 정신없이 하고싶은거 하다가 시간이 지나 갑자기 배가 고파 울음을 터트린 다온이를 허겁지겁 안고 집에와 밥을 먹이기도 했지만 다온이가 하고싶은 것들을 주도적으로 하게 하니 다온이도 즐겁고 내 몸도 편했다.
두 번째 목표는 똥손 극복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지금도 똥손이다. 하지만 똥손이 나의 육아에 중요한 점은 아니였다. 우선 머리묶기는 인생에 몇 번 도전후 손이 느리고 서툰 아빠에게는 불가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미용실가서 머리를 싹둑 잘랐다. 태어나서 앞머리말고는 한번도 잘라준 적 없던 머리를 미용실가서 자르고 머리끈보다 훨씬 쉬운 머리핀으로 고정시키며 다온이를 데리고 다녔다. 불편함은 없었다. 밥만들기는 내가 손이 느리고 멀티태스킹이 안되었다. 처음에는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으면 다온이가 자꾸 매달리며 놀자고 한다. 나는 부엌에는 뜨거운 것도 많고 위험한 것도 많아 오면 안된다고 했지만 울면서 같이 놀자고 했었다. 그래서 아내가 퇴근한 뒤에 다온이 다음 날 요리를 미리 여유있게 만들어서 주었더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다온이가 커가며 혼자 노는 습관이 들여진 뒤로는 아빠 요리하고 있으니 조금만 혼자 놀아줄래 하면 “아빠 맘마 만들고있자나 다온이 기다려야해” 이렇게 예쁜 말도 나에게 해줄만큼 다온이가 컸다.
2022년 3월 봄에 시작했던 육아휴직이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에 돌입한다 언제 끝날까 했던 휴직이 끝을 보인다. 휴직이 끝이 보이는 이 시점에 아이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야무진 손이 아니라 아빠가 옆에 있는 것 그 자체인 것 같다. 아이에게는 아빠가 머리를 묶어주는 것 밥을 빠르고 맛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시간을 같이 보내 다온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처럼 다온이도 나와 시간을 같이 보내니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다. 육아휴직이 힘드냐고 친구들이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항상 대답한다. “어 힘들어 엄청 힘들어, 근데 휴직한 것은 전혀 후회하지 않아” 육아휴직은 내가 다온이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했는데 휴직을 통해 나에게 남겨진 기억은 다온이가 나에게 주는 매우 큰 선물로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