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사랑해
- 등록일 : 2022-11-09 11:30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윤지
- 조회수 : 1871
아가야.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던 때를 떠올려보니 참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아.
엄마와 아빠는 스페인으로 2주 동안 여행을 떠났고 아빠에게는 즐겁고 아름답게 추억되는 여행이 엄마에게는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어.
평소 해외여행이 주는 설렘에 밤늦은 시각까지 밖에서 놀기도 하고 술도 즐겼던 엄마는 그 여행은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피곤했어. 저녁 6시가 되기도 전 피곤해서 호텔 방에만 머물렀고 2주 동안 단 한 순간도 끌리지 않아 맥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지.
그뿐만이 아니야. 속이 좋지 않아서 현지 음식을 먹기가 무척이나 힘들었고 심지어 아름다운 바르셀로나 길거리에서 구토를 하기도 여러번....
어떤 날은 온종일 사과밖에 먹지 못한 채 하루를 지냈던 날도 있었지.
귀국해서 병원을 찾고 나서야 너가 나에게 찾아왔다는 걸 알았단다.
그날 이후로 엄마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어.
똑바로 누워 자지 못해 밤새도록 뒤척여 수면 부족에 시달렸고
어떤 날은 잘 때마다 다리가 쥐가 나고 그 아픔에 새벽에 엉엉 소리 내서 울어 아빠를 당황시키고
하루에 몇 번씩 혈당을 재어가며 음식을 가려먹고 흰 쌀밥을 먹지 못해 도시락을 싸서 직장에 출근을 하고
너가 놀랠까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웠단다.
그리고 전엔 경험하지 못한 감정도 느끼게 되었어.
우연히 찾아간 한 카페에선 ’아기가 좋아할 것 같아요‘하며 디저트를 선물로 받고 배 속의 아기를 궁금해하는 낯선 사람들의 다정한 말과 친절한 배려
첫 옹알이, 첫 이를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던 날, 첫 걸음마를 떼던 날 등
작은 너의 말과 몸짓에 큰 기쁨을 느끼고
너의 떼쓰고 우는 모습마저 사랑스럽고 소중해 엄마의 카메라에 담아두는 고슴도치 엄마가 되었네.
기억나지 않는 오랜 세월 전, 엄마가 아기였을 때 엄마의 엄마가 얼마나 사랑과 정성으로 엄마를 돌봐줬을지 인생을 살며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그 시간의 감정까지도 떠올려보게 되었어.
엄마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이유 없이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사랑인 아가야.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우리의 하루하루는 너의 성장일기이자,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긴 나의 성장일기야.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