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체험 수기>정씨네 삼남매
- 등록일 : 2022-11-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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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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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해가 바뀌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해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마침 아이들의 예방접종도 있어 네 식구가 함께 였다. 둘째를 낳고 산후검진도 못 받은 터라 담당의는 초음파도 권하셨고 임신 5주라는 진단을 내리셨다. 자궁암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임신이라니? 놀랐고 반갑지 않았다. 이미 4살된 딸과 6개월 된 아들이 있고 모유수유로 심신이 몹시 지쳐 있을 때였다. 병원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육아에 지쳐 있는 남편 역시 심란하기는 마찬가지.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틀간 끙끙 앓았다.
답을 찾지 못해 결국은 친정 엄마께 의논을 드렸더니 "자식이 내가 낳아 내 맘대로 기르는 것 같아도 그게 아니다. 다 하늘에서 주시는 거야.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일은 하지 말아라. 엄마가 도와줄 테니 낳아서 같이 키우자꾸나"
친정식구의 응원에 힘입어 셋째를 낳기로 마음을 굳혔다. 6개월 된 둘째에게 미안하지만 유산 방지를 위해 단유도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태교 할 여유도 없이 치열한 임신 기간을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피 비침이 있었고, 조산의 우려가 있어 입원을 했다. 입원 일주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9개월만에 셋째를 낳았다. 2.2kg의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다행히 아이는 건강했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매일 매일이 아이들과의 전쟁이지만 '사랑은 내리사랑' 이라고 막내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나 싶게 너무 예쁘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고 주말이 후딱 가버리는 시간을 반복 하다 보니 어느새 첫째는 6살, 둘째는 3살, 셋째는 2살이 되었다. 막내는 언니 오빠 따라서 어찌나 쑥쑥 크는지 금방 걷더니 말도 곧잘 흉내 낸다. 겁은 또 왜 이리 없는지 엄마가 보기에 위험한 행동도 거침없이 해서 늘 조마조마하지만 옆에서 든든하게 보살펴주는 언니 오빠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아침에 제일 먼지 일어난 둘째가 "누나 잘 잤어? 아가야 잘 잤어?" 안부를 물으며 시작되는 아침, 하원 후 가족 모두가 모여 앉은 식탁. 수저질이 서툰 막내의 식사를 도와주는 의젓한 언니 첫째. 고만고만한 아이 셋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꿉놀이하는 모습처럼 흐뭇한 그림은 없다. 투닥거리며 싸우다 엄마한테 혼이 나면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를 위로하며 안아주는 의좋은 삼남매. 앞으로도 건강하고 우애 좋은 남매로 자라준다면 엄마와 아빠는 바랄 것이 없다. 사랑한다. 우리 아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