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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질~ 우아질~

<우아질~ 우아질~>

 

우아질~ 우아질~” 꼭 한 녀석이 새벽에 깨서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찾는다 행여나 아내가 먼저 일어나 이 녀석을 안을 때는 고개를 도리도리 좌우로 흔들며 아빠~아빠~”라고 어둠속에서 나를 찾는다. 그러고서는 우아질~ 우아질~”를 외친다잠들 때는 엄마 옆에서 자기를 원하면서 새벽 단잠을 깨우는 것은 왜 나인지 크면 물어볼 참이다 우유 줘~”라는 의사표시를 우리 쌍둥이(둘 다 남아) 들은 우아 질~”로 표현한다. 2번 연달아 말이다. 어떤 계기로 우유우아라고 말하는지 알 길은 없다. 애들을 자주 돌봐주시는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은 그렇게 알려준 적이 없다 하신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다) “는 발음이 쉽고 는 어려우니 이 나이(28개월)에 가장 발음하기 쉬운 대신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우유를 들고 우유라고 말하면 더 큰 소리로 우아라고 나를 가르친다.

 

말이 통하면 애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또 있다. 어쩌다 바나나 우유나 딸기 우유를 줘도 한 모금 마시다 말고 그냥 흰 우유를 찾는다는 것이다분명 달달한 것을 더 찾을 것 같은데...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기도 한다.(물론 이 녀석들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늦은 나이(40)에 결혼을 하고 2020년 한참 무더운 8월 초 두 아이가 태어났다시험관을 통해서 힘들게 얻은 내 생명이다. 시험관 임신은 가정에서 자가 주사를 배에 몇 번 놓는다. 시간도 맞추어야 하니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도 많다. 그 시기 하필 나는 출장으로 10일간 집에 없었다. 이는 평생 아내의 잔소리 끝에 붙는 레파토리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음을 잘 안다.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밖에...

 

사실 우리부부는 아들, 딸을 원했다. 허나 뭐 세상만사 맘대로 되는 것이 있을까? 동성(同性)의 자녀를 두는 것도 여러 장점이 많다고 정신승리로 극복한지 이미 오래다. 예를 들어 유트부 영상 보여줄 때도 같은 것을 고르고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도 많다. 물론 장난감은 똑같은 것으로 2개 사줘야 안 싸운다


아내의 배가 점점 커지던 어느 날 의사는 둘째가 첫째 때문에 압박의 스트레스가 있을 거라 지금 당장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4분 차이인 형제는 둘째가 왜소하다. 그래서인가? 둘째는 첫째보다 자주 아팠다. 입원횟수만 해도... 우리가 가는 병원에서 감사패를 받아야 할 정도이다. 퇴근길 입원실에 들려 젓병 가지고 집에가 소독하고 기저귀, 분유 등 여러 짐을 들고 새벽에 다시 출근길 입원실로 가고.. 집에 있을 때는 다른 녀석을 재우고 밥 먹이고... 장인, 장모님 등 온 식구가 동원된다. 아내보다 연차 내기가 수월한 내가 함께 입원실에 많이 있었다며칠씩 병원에 있다 보면 우울하기도 한데 그때는 명상도 하고 미래의 긍정적 모습을 상상하며 버텼다. 그렇게 강제로(?) 둘만의 시간이 있었기에 더 정이 쌓였을까? 새벽에 우아질~“로 나를 찾는 녀석이 둘째다.


요즘은 아빠도 육아에 대해 도와주는 보조자 역할이 아닌 주체로 인식된다.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나름 노하우가 있겠지만 나는 애 재우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10등 안에 들 자신이 있다. 지면상 한 가지 방법을 말하자면자녀가 안자고 떼를 쓸 때는 원하는 것에 관해 이제 잘 시간이어서 안 된다고 아무리 말해봐야 설득이 안 된다. 이때는 관심의 대상을 빨리 돌려 계속 말을 걸고 질문을 해서 내가 왜 지금 울면서 떼쓰고 있는지를 잊게 만들어야 한다.

자 예를 들어보자.

자야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눕지 않고 식탁 위를 올라가려 하거나 이불을 들고 이방 저방 왔다 갔다 할 때는 얼른 안아서 거실 창문으로 간다. 거기서

 

반짝()이 어딨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 (밤하늘을 보며)저쪽~

달은 어디 있어? - (밤하늘을 보며)저쪽~

부엉이는 어디서 와? -(밤하늘을 보며)저쪽~

맞아~ 참 잘했어요 저기 빠방(자동차)지나가네 빠빠이 해줘~- (손흔듬)

하마 어딨어?-(어리둥절한 표정으로) ?

코끼리 어딨어?(어리둥절한 표정으로) ?

없어 지금 다 자고 있어. 잔다고 다들 집에 갔어. 일단 우유 한 모금 해봐


입에다 빨대를 대 주면 몇 모금 마시다가 그대로 내 어깨에 기댄다. 그러면 항상 들려주는 솜사탕 동요를 조그마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왔다갔다 걸으면 잠이 들기 시작한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잠든 것 같다고 바로 눕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데 그것은 그 상태에서 두 팔로 애를 옆으로 뉘여 바닥과 수평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1~2분간 눈감은 얼굴을 보며 수면의 깊이를 파악한 뒤 아내 옆에 눕히면 거의 성공한다. 그리고 나도 옆에 눕고 실눈으로 바라본다. 혹시나 애가 눈을 살포시 뜰 때 엄마 아빠도 옆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면 그대로 다시 잠 드는게 나의 경험이다. 조심 조심^^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이다.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 소방공무원 시험을 합격하고 교육을 받을 때 나는 카톡 프로필 메시지에 ”calling“이라고 썼다. “calling“... 16세기 루터와 칼뱅이 종교개혁 과정에서 세속적인 직업도 영적인 중요성을 지닐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오늘날에는 개인이 자신의 일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안의 하나로 소명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다. 나는 두 아이의 잠든 모습을 보면 아직도 이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른다언론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람“, ”영웅등으로 묘사 되나 소방관도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 사위로 출발한다. 투철한 직업정신과 내 2세에 대한, 내 아내에 대한 애정은 어찌 다르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오늘은 아내와 장모님이 두 아이를 데리고 내가 근무하는 소방서로 왔다. 장난감으로만 보던 소방차와 구급차를 실제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필 그 시간에 119신고로 출동 나가는 구급차를 보며 아쉬워하는 녀석들. 소방차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만지며 좋아서 입 다물지 못하는 녀석들. 소방서 차고지를 이리저리 뛰며 좋아하는 녀석들에게 큰소리로 외쳐 보았다

더 뛰어봐! 더 뛰어도, 넘어져도 괜찮아! 아빠가 뒤에 있잖아^^“